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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낯 간지러운 '기업가 정신 주간'

FERRIMAN 2008. 8. 27.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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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낯 간지러운 '기업가정신주간'

지식경제부는 어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 기업가정신 제고 방안을 국무회의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인 규제 개혁을 통한 투자환경 개선과 신성장동력 발굴 노력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을 발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기업가정신 제고로 재도약하는 한국경제'라는 제목이 낯뜨거울 정도로 알맹이 없는 전시용 행사들이 나열돼 있다.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10월 30일부터 11월 9일까지를 '기업가정신주간'으로 선포하고 지경부와 경제5단체,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하는 '기업사랑연합회'를 창설하며, 기업인들과 일반시민이 함께하는 마라톤대회를 열어 기업사랑운동을 확산시키겠다는 것부터가 그렇다. 1970~1980년대에나 있을 법한 전시용 행사나 구호만으로 감퇴된 기업가정신이 갑자기 살아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지경부는 이런저런 수치 목표도 남발하고 있다. 5년 동안 지식서비스산업에서 3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딱 떨어지는 수치를 제시하면 치밀하고 실효성 높은 전략이라는 느낌을 줄 것으로 생각했을지 모르나 오히려 '안 되면 말고'식의 공허한 목표 같아 미덥지 않다.

지금은 기업가정신을 떨어뜨리는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외환위기 전 10년 동안 연 13%를 웃돌던 설비투자증가율이 지난 10년에는 3%에도 못 미치고, 지난 2000년만 해도 2조원에 이르던 벤처캐피털 신규 투자가 요즘은 그 절반으로 줄어든 까닭을 심각하게 반성해 봐야 한다.

올해 상반기 벤처 투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11%나 줄었고 창업도 작년만 못했으며 외국인직접투자는 순유출로 돌아섰다.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전히 기업의 자유와 창의를 제약하는 규제와 간섭이 많고, 리스크를 안고 적극적으로 투자하기에는 경제ㆍ사회적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다. 일개 부처의 전시행정이 아니라 정권의 명운을 건 규제 개혁과 범국가적인 기업가정신 고취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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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6 17:50:12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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