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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국민의 품격과 국가브랜드

FERRIMAN 2008. 8. 2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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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경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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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국민의 품격과 국가브랜드

2년 전 서울의 한 지하철에서 유모차가 박살나는 장면이 BBC방송을 타고 유럽에 방영된 적이 있었다. 유모차에 타고 있던 어린 유아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이를 함께 시청한 북유럽 친구들의 씁쓸해하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며칠 후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배달된 짬봉 국물을 흘렸다고 배달원의 뺨을 때린 사람이 형사입건됐다는 기사를 보고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나라인가라는 자괴감을 느낀 적이 있다.

아이들과 관련된 불미스러운 일이라면 '경기(?)'를 일으키는 북유럽 사람들에게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가 좋을 리 없다.

외국인에게 떠오르는 한국 이미지는 '세계 13위' 경제대국과는 거리가 멀다.

인권과 환경이라면 크게 취급하는 외국 신문과 방송사들에 한국은 좋은 뉴스보다 나쁜 뉴스가 많은 나라다.

머리띠를 두루고 자기 주장만 앞세우는 성난 표정의 군중, 무엇이라도 삼킬 것만 같은 화염과 연기, 멱살을 잡고 의자를 던지는 국회의원, 중세시대 의상을 입고 시위를 진압하는 경찰, 자극적인 언어와 선동적인 문구로 연설하는 정치인들,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서울도심의 교통정체, 푸른 숲보다 회색건물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도시들….

'역동적인 나라 한국(Dynamic Korea)'이라며 숨가쁘게 보여주는 CNN과 BBC의 한국 이미지 광고방송은 과격한 이미지와 어우러지면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과연 얼마나 줄지 의문이다. 여기에다 아직도 남한과 북한을 헷갈려 하는 상당수 일반 외국인들은 굶주려 영양실조에 걸린 북한 어린이들의 참상을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면서 대한민국 역시 가난한 나라쯤으로 오해한다.

'순도 100%의 청정국가 뉴질랜드' '아시아의 진수를 보여주는 말레이시아' '신비의 나라 인도'와 비교해 국가브랜드 전략이 뒤떨어진다는 느낌을 받는다.

일본이 몇 년 전 고민했던 것처럼 우리도 이젠 '국가의 품격'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 중국처럼 땅이 넓고 인구가 많으면 외국기업들이 돈다발을 들고 와서 공장을 짓고 빌딩을 올린다. 먹고사는 문제(경제)는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품격과 국가브랜드는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후지와라 마사히토 도쿄대학 교수('국가의 품격' 저자)는 품격 있는 나라는 미국과 같은 보통의 국가를 벤치마킹하는 것이 아니라 높은 도덕성, 아름다운 자연, 학문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품격 있는 나라는 결국 교육으로 귀결된다. 그래야 어른이 되어서도 독불장군이 되지 않고 남의 말을 경청하고 배려할 줄 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IT강국'이라고 자랑하지만 핀란드에서는 인터넷 교육을 하면서 한국의 댓글문화를 반면교사로 삼고 있다.

우리는 그동안 '남보다 빠른 1등'을 강조해왔지만 '멋진 1등'이 되기 위한 과정의 중요성을 간과해왔다.

정부도 브랜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인터넷시대에 '다이내믹'하지 않은 나라가 어디 있으며 둥근 지구에 사는 나라치고 '허브' 아닌 나라가 어디에 있는가. 브랜드에는 편안함을 주는 자연(환경), 독특한 문화, 휴머니즘이 녹아 있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가격보다 디자인을 보고 물건을 고르는 세상이 됐다. 마찬가지로 외국인이 관광지를 선택하고, 기업이 투자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국가브랜드다. 각국이 좋은 국가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진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병문 과학기술부 차장leemoo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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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27 17:53:05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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