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의 하루
이채
하늘을 쳐다본 지가 얼마 만인가
땅을 내려다본 지도 꽤 오래인데
하루해 저물기가 힘이 들고
저녁이 쉽게 오지 않는 날엔
숨소리도 맞바람에 부대껴 가파라만 집니다
욕심 없는 하루건만
세상을, 삶을 몽땅 놓아버리고
모든 걸 잊고 싶은 날엔
더딘 밤은 몹시도 깊고
그 밤의 어둠은 길고도 긴 그림자
이런 밤엔 꿈도 하얗도록 허망하여라
하루 만큼 생은 짧아져 가는데
파고드는 상념은
끝도 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네
아, 나는 여태껏 무엇을 위해 살아왔던가
파문을 넘어 파도를 치던 날엔
물속에서 그 하루를 살았고
채 몸이 마르기도 전에
다시 옷을 갈아입고 내일을 걸어야 했던
중년의 하루, 또 다른 하루에
녹지 못하고 얼어버린 가슴앓이가
고드름처럼 맺힌 창문 너머로
뽀얀 아침이 다시
숨을 가다듬고 찾아오면
따뜻한 햇살이여, 새삼 반가운데
등 뒤에서 날마다 부르는
금쪽 같은 품 안에 자식을
이제는, 이제는 올려다보며
점점 셀 수 없는
내 흰 머리카락은 과연 몇 개나 될까
아, 오늘은 무엇이 마냥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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