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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형 칼럼] 인센티브(incentive)의 힘 | ||||||||||
88년인가 그랬으니까 꼭 20년 전 이야긴데, 이건희 회장은 비서실 경리책임자 K씨를 불러 "임원들 급여명세표를 가져오라"는 첫 오더를 내렸다고 한다. 그는 즉각 급여표를 갖고 들어갔다. 새 회장은 자료를 죽 훑어보더니 "봉급을 10배로 올리세요"라고 말해 아연실색했다. K씨:"안 됩니다." 이건희 회장:"왜요?" K씨:"그렇게 올리면 다른 그룹들이 삼성을 험담하고 삼성 때문에 경영을 못하겠다, 노조를 자극한다며 청와대에 투서를 올리고 하면 견뎌낼 수 없게 됩니다." 이 회장:"그럼 5배로 낮추지." K씨는 그것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2배로 낙착됐다. 이건희 회장은 대신 새로운 방식을 개발해 냈다. 연말 만찬 세리머니에 전 계열사 사장단을 불러 밥을 먹고 봉투를 하나씩 줬다고 한다. 받아 본 CEO 왈 "기대치보다 공(0)이 하나 더 있습디다." # 2.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 다리우스 3세와 수년간 전쟁을 치르며 비록 적이지만 그의 지략과 인품에 흠모의 정이 싹텄다. 마침내 황제의 마차를 발견했을 때는 배반한 부하에게 습격을 받고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알렉산더가 귀를 가까이 대니 "복수…"라고 말하고 숨을 거뒀다. 배반한 부하는 옥시아르테스. 이 자는 천길 낭떠러지 위로 한 사람밖에 지나갈 수 없는 산꼭대기에 건설한 소그디니아 성채로 도망쳤다. 절벽은 2000피트(600m) 높이로 1년 내내 얼음으로 뒤덮인 곳. 성벽 위에서 옥시아르테스는 "날개 달린 인간을 보내면 항복하지"라고 알렉산더를 조롱했다. 알렉산더는 머리를 굴렸다. "저 위로 날아오른 병사에겐 1인당 20탈렌트를 주겠다"당시 20탈렌트는 요즘 돈으로 200억원쯤 됐던 모양인데 아무튼 무려 5대(代)가 먹고살 수 있는 돈이었다. 한 시간도 안 돼 지원자가 300여 명이나 나섰다. 그날 저녁 30여 명만 떨어져 죽고 나머지는 얼음 성벽을 기어오르는 데 성공했다. 옥시아르테스는 다음날 아침 놀라 자빠지면서 항복했다.(발레리오 M 만프레디 著 알렉산더대왕 3권) 삼성전자에 오랫동안 근무해본 사람은 일본 도쿄로 발령나면 소니(SONY) 과장 레벨을 만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는 얘기를 추억한다. "본사에서 임원이 나오면 만나게 해줘야 하는데…." 1980~1990년대 얘기다. 필자는 2004년 겨울 일본 게이단렌 초청으로 재계 인물들을 여럿 만나본 적이 있다. 그해 삼성전자 이익이 100억달러를 넘어 일본 전자업계 상위 8사 이익을 전부 합친 것보다 많았다. 그리고 삼성전자 임원진 평균 연봉이 80억원이 넘는다는 뉴스가 나간 직후였다. 소니 등 일본 전자업계 경영진과 식사를 하면서 "소니는 임원 연봉으로 얼마나 줍니까"라고 물었다. 돌아온 답변은 "우리는 삼성전자처럼 돈을 못 법니다. 삼성은 돈을 잘 버니까 많이 주겠지만 우리는…"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삼성전자에 대한 질시와 삼성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묘한 앙상블이 겹친 그런 음색으로. 소니 경영인들은 2003년께부터 삼성전자 고위직을 만나러 서울로 와 줄을 섰다. 반도체 합작을 해 달라고 통사정을 했다. 무엇이 상황을 반전시켰는가. 알렉산더가 부하들에게 날개를 달아준 이치, 바로 그거다. 이건희 회장이 직원들 지갑을 통통하게 채워준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마디로 인센티브(incentive)다. 현대적 용어로 하자면 '부자경영'이라고나 할까.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인센티브의 마력은 훨씬 세다. 고래를 터보엔진과 태양에너지판으로 무장시켜 화성왕복 심부름도 시킬지 모르겠다. 굳이 그 구성원들이 초인이거나 천재 집단일 필요조차 없고 그런 실체도 역사상 없었다. 나폴레옹이나 카이사르 군대가 초인들 집합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기업 수명이 100년쯤이라면 그것은 '영원'이란 낱말을 떠올려도 될 정도로 긴 세월이다. 그렇게 지탱해 준 원동력이 뭘까. 매일경제신문은 대한민국 건국 60주년 기획으로 초우량 장수기업 14곳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성공 DNA를 분석했다. 이들 기업은 △시장선택 능력 △탁월한 차별화 능력 △안정된 노사관계 △인재에 대한 아낌 없는 투자라는 4가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인재에 대한 투자일 것이다. 기왕 회사를 택하려면 인센티브를 알맞게 구사하는 기업을 골라라. 인간의 날개가 무엇인지는 다이달로스와 이카루스 부자(父子)에게 한 번 물어보라. 걸핏하면 신이 내린 직장 어쩌고 하는데 그런 회사를 극구 칭찬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편집국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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