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선데이] 휴대폰 업체 노키아의 시장 점유율

FERRIMAN 2008. 9. 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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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점유율 적신호에 주가 11% 후퇴

월가의 기대 저버린 ‘노키아 쇼크’

강남규 기자 dismal@joongang.co.kr | 제78호 | 20080907 입력
‘세계 휴대전화 1위 업체’ ‘국가(핀란드) 예산보다 많은 매출액’ ‘변신의 귀재(펄프회사→통신기기 업체)’…. 이렇게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노키아가 지난주 말 글로벌 증시에 일진광풍(一陣狂風)을 일으켰다. 미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노키아 쇼크’라고 불렀다.

발단은 올 3분기 글로벌 시장점유율 하락에 대한 경고였다. 10월 중순 3분기(7~9월) 실적을 내놓을 예정인 노키아는 5일 “3분기 세계 시장 점유율이 2분기(40%)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그 이유를 경쟁회사들이 값 깎아 주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우리도 가격 내리기에 나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실적이 악화되기 때문에 그런 전략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10년 새 전례 없는 경고였다. 노키아 시장 점유율은 일시적으로 조금 떨어진 적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증가 추세였다. 특히 지난해 말 노키아는 ‘2008년 휴대전화 판매 대수가 전년(11억4000만 대)보다 10% 남짓 늘어날 것’이라고 발표한 적이 있어 이번 경고의 충격파는 클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핀란드에 상장된 노키아 주식의 가격은 11.3% 폭락했다. 미국에서 거래되고 있는 주식예탁증서(DR) 값도 7.58% 떨어졌다<그래프>. 심지어 협력업체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주가도 5% 이상 빠졌다.

주가 폭락의 의미를 곱씹어 보면 의미심장한 단서가 발견된다. 우선 시장이 회사 쪽 설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키아는 실적 악화를 피하기 위해 가격 인하 전략을 채택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시장은 휴대전화 업계에선 점유율 하락이 매출액 감소와 실적 악화로 이어진다는 점을 익히 알고 있는 터였다.

또 최고경영자 올리-페카 칼라수노(55)는 “경쟁업체들의 가격 전략은 오래갈 수 없어 시장 점유율을 4분기엔 회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침체 증상이 뚜렷해지는 가운데 LG전자와 모토로라 등 경쟁회사들이 가격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어 점유율이 4분기에 회복될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결국 노키아의 경고는 글로벌 휴대전화의 최강자인 노키아가 경쟁 회사들의 공세와 글로벌 경기 침체를 문제 없이 이겨낼지 시장이 의심하는 계기를 준 셈이다. 사실 시장은 소니에릭슨이 미국에 이어 유럽 경제가 둔화하는 바람에 올 실적이 감소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두 차례나 경고했지만 ‘노키아만은 괜찮겠지’라는 기대 섞인 바람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그럴듯한 통념도 강하게 작용했다. 경기 둔화나 침체 국면에서 가장 큰 희생자는 1등 회사가 아니라 2위 이하 기업들이었다는 것이다. 살인적인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기 변수에서 자유로운 기업은 없다는 상식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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