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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제조업이 경쟁력이다 | |||||||||||||||||||
美ㆍ英 금융 믿다 제조업 약해져 위기 닥치자 더 고전 제조업 메카였던 英글래스고 가보니 핵심 엔지니어 모두 50~60대 | |||||||||||||||||||
◆역시 제조업이 힘이다 ①◆
글래스고뿐 아니라 유럽 금융 중심지 런던도 분위기가 스산하다. 한때 금융산업 성공 신화로 회자되던 커네리 워프(Canary Wharf)는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실업 공포가 널리 퍼졌다. 지난 4일 영국 런던에서 만난 존 실 전 리먼브러더스 신용관리 담당 임원과 이날 오전에 영국 신문 1면에 일제히 실린 기사를 놓고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헤드라인이 '경기침체로 영국이 가장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기사였다. 기사는 고든 브라운 총리가 위기 타개책으로 금리 인하를 시도하고 있지만 별 효과가 없을 것 같다는 분석과 함께 유럽연합(EU)의 영국 경기전망을 실었다. EU는 반기 전망보고서에서 영국이 앞으로 유럽에서 가장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며, 성장률은 2010년까지 고작 0.4%에 그칠 것이고, 실업률은 7.1%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 강국 영국이 이 같은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위험하게 봤던 스페인이 오히려 잘 버티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한때 '금융 허브'로 떠올랐다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처지로 전락한 아이슬란드도 뒤늦은 후회를 하고 있다. 인구 30만여 명의 소국인 아이슬란드는 어업 중심 경제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1990년대 말부터 금융 규제를 없애고 금리를 주변국가보다 올리는 정책을 폈다. 금리를 높인 이유는 알루미늄 제련과 전력산업 등 제조업을 키우기 위해 외국 자본을 끌어들이려는 목적도 있었다. 금리를 올리자 아이슬란드에는 돈이 몰리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유럽 금융 허브'로 치켜세워졌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로 투자자들이 돈을 거둬들이기 시작하자 국가 부도 상황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온 국민이 카지노에 들어갔다 나온 듯하다"는 자조 섞인 반성이 쏟아졌다. 한때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던 미국도 옛 영화를 그리워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는 대통령에 당선된 후 가장 먼저 자동차업계 관계자를 만나 제조업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를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이 붕괴되면 당장 근로자 수백만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영국 북부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는 20세기 한때 전 세계 조선업을 호령하던 제조업 메카였다. 글래스고를 관통하는 클라이드강은 과거 조선소 도크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지만 이제는 호텔들이 그 자리를 드문드문 메우고 있다. 제조업 자리를 서비스업이 대체한 셈이지만 을씨년스러운 모습만큼 고용 창출과 경제 부흥은 더뎠다. 킹 박사는 "수요를 국내에서 창출하지 못하고 수출시장 확대에도 실패한 것이 제조업 쇠퇴의 원인"이라며 "강성 노조마저 발목을 붙잡는 바람에 글래스고에서 제조업은 설 자리를 잃었다"고 말했다. 제조업 강국에서 금융산업 중심으로 탈바꿈한 영국이 금융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는 모습이다. 템스 강가의 런던을 중심으로 제조업 기반의 금융서비스업 중심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영국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듯하다. 심지어 지난해에는 노던록이라는 대형은행이 몰락하면서 금융마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제조업을 사실상 내모는 듯한 정책을 펼쳤던 영국의 고민은 이미 오래전에 시작됐다. 2000년 8월 영국 중앙은행과 영국산업연합회(CBI) 간에 벌어졌던 치열한 논쟁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금리인상을 시도하려는 중앙은행에 맞서 CBI 측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는데, 파운드화 인상에 따른 영국 제조업 수출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강했기 때문이다. 고(高)파운드화로 세계 금융회사들과 자금을 런던으로 끌어올지는 모르지만 제조업체들은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영국 정부가 아무리 좋은 투자여건과 함께 규제를 풀어봤자 높은 수준의 파운드화를 견뎌내긴 힘들다는 염려 때문이다. 결국 대대적으로 유치했던 해외기업들이 하나 둘씩 영국을 떠나거나 영국 산업의 근간을 이뤘던 중소업체들은 외국기업에 팔려나가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적을 따지지 않는 다국적 기업이 자리잡을 만한 최적지는 영국말고도 전 세계, 특히 유럽에는 많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제조업을 굴뚝산업으로 경시하고, 금융서비스를 지나치게 부각시켰던 영국 내부의 또 다른 단면이면서 최근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 원인이라고 분석하는 모습이다. [기획취재팀 = 송성훈 기자(영국) / 신헌철 기자 / 손재권 기자 / 김은정 기자 / 홍장원 기자(독일)]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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