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매일경제] 한국기업 중국전용공단서 탈출 러시

FERRIMAN 2008. 11. 10.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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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업 中 전용공단서 탈출 러시

위안화 강세ㆍ경기둔화 영향 한국기업 철수 잇따라

인천에서 전자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이 모 대표는 최근 랴오닝성 단둥시 한국기업전용공단 입주를 끝내 포기했다.

올 초 첫 중국시장 진출이라는 부푼 꿈을 안고 공단용지를 분양받아 1억여 원의 잔금까지 냈지만 경영에 '독'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리게 된 것.

이 대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50% 이상 오른 인건비 부담뿐만 아니라 중국 정부가 겹겹이 쳐놓은 규제 때문에 '차이나 드림'은 옛말이 돼버렸다"며 "공단에 현지 공장을 세우지 않은 것이 장기적으로 회사에 이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처럼 중국에서 빠져나오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중국 내 한국기업전용공단이 텅 비거나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고 있다. 위안화 강세와 중국경제 침체, 중국정부의 규제 강화로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속속 빠져나오는 한편, 신규 진출을 꺼리면서 한국공단이 중국 기업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가 1994년부터 국내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겠다는 취지로 야심차게 추진해온 중국 내 한국기업공단 조성계획은 빛도 못보고 좌초할 위기에 처했다.

7일 지식경제부,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토지공사 등에 따르면 중국 단둥시에 있는 인천단둥산업단지에는 국내 기업 한 곳만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단지 규모(43만6300㎡)를 감안하면 거의 빈 땅으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인천시는 1998년 단둥시와 손잡고 총 53억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이 단지를 조성했지만 지금은 현지에 보낸 지원인력마저 철수시키고 있다.

인천시 관계자는 "분양률이 저조해 올해 2월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현지 지원인력을 철수시켰다"고 말했다.

같은 단둥시 인근에 있는 한국기업전용시범단지에서는 4개 기업만이 분양을 받았다.

단지 규모는 28만5000㎡이지만 그나마 분양받은 4개 기업 중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는 곳은 두 곳뿐이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이곳에서 11개 기업이 분양받을 예정이었지만 7개 기업이 분양계획을 철회했다는 게 산업단지공단 측의 설명이다.

지금은 울며 겨자먹기로 이곳에 중국 기업을 받고 있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을 돕겠다는 당초 취지는 이미 사라진 것.

산업단지공단 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입주를 시작해 이제 한국 기업전용공단으로서 의미가 없어졌다"며 "처음엔 북한 신의주특구가 설립돼 이 지역까지 파급효과가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조성했지만 분양이 이렇게 안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 공단엔 현재 담당 직원이 파견돼 한국 기업들의 입주를 지원하고 있지만 조만간 철수할 계획이다.

중국 화베이성 톈진시에 건립한 한국기업전용공단도 놀리고 있다. 토지공사가 1996년 톈진경제기술개발구 총공사와 공동으로 한국기업의 유치를 위해 모두 114만㎡ 규모로 건립한 산업단지다. 그러나 분양률이 낮아 2000년께 남아 있던 미분양 분을 중국 측에 매각했다. 이후 한국 기업의 중국 탈출로 그나마 남아 있던 업체도 빠져나가고 있다.

토지공사 측은 "분양률이 40%에 그치는 등 단지가 활성화되지 못해 지금은 20개사만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경상남도가 1994년 웨이하이시에 178만5000㎡ 규모로 조성한 경남공단은 신시가지 개발로 중국 중앙정부가 관리권을 행사하고 있고, 경기도가 1996년 선양시 경제기술개발구에 39만6700㎡ 규모로 설립한 경기공업단지는 담당 부서마저 없어 입주업체 파악이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기업전용공단 몰락 원인은 한국 기업의 중국 엑소더스다. 여기에 중국 중앙정부의 엄격해진 토지정책이 가세했다.

중국 정부는 2004년 엄격한 토지관리 조치를 시행한 데 이어 2006년에는 토지관리 강화 공지를 통해 공업용지를 대폭 규제하고 토지 유상 사용비를 높이는 등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토지 개발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이로 인해 중국 각 지자체와 추진했던 한국기업전용공단 조성 사업도 전면 보류되거나 백지화됐다.

중앙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지방정부와 추진하던 한국기업공단 계획이 송두리째 뒤집히는 사례도 있었다.

토지공사는 2004년부터 의욕적으로 중국 산둥성 칭다오 인근 자오난시와 공동으로 한국 기업을 위한 대규모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해 왔다.

규모도 중국 내 한국기업전용공단 가운데 가장 큰 528만9280㎡. 공장용지뿐만 아니라 주거용지를 공급해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한꺼번에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 사업은 중국 정부의 규제로 보류됐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계약을 맺을 당시 지방정부가 토지 이용에 대한 전적인 인허가권을 갖고 있어 문제가 없었지만 나중에 중앙정부가 통제권을 강화하면서 여러 가지 조건이 맞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랴오닝성 선양시와 공동으로 2002년 '경제투자교류 의향서'를 체결하고 선양시 인근에 대규모 한국기업전용 IT공단을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최근 이 계획을 백지화했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이 중국 수출의 58%를 차지하면서 위안화 절상을 불러일으켜 중국 정부가 더 이상 가공무역업체들의 중국 진출을 반기지 않고 있다"며 "이제 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임가공무역보다는 개별 기업이 중국 내수시장 문을 직접 두드리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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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9 19:00:3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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