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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타임즈] 2015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 '가지타 다카아키'

FERRIMAN 2015. 10. 1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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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올해 노벨물리학상 가지타

"日 기초과학 장래 걱정안한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56) 도쿄(東京)대 교수는 15일 연합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연구환경은 악화하고 있지만, 학생들의 동기의식이 있기에 일본 기초과학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가지타 교수는 또 한국의 기초과학 육성을 위해서는 두터운 연구자층 형성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 연구자들이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호소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1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가지타 교수. ⓒ 연합뉴스

1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가지타 교수. ⓒ 연합뉴스

다음은 가지타 교수와의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노벨상 수상을 의식했는가.

▲최근 몇년은 다소 의식하고 있었다. 일본 언론이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하는) 10월 초쯤 되면 인터뷰를 하러 오기 때문에 다소 의식했다.

–어떤 점이 수상으로 연결됐다고 생각하는가.

▲과학적으로 세계의 과학자들로부터 인정받은, 제대로 된 성과를 냈다고 본다.

–본인이 어떤 면에서 남달랐다고 생각하나.

▲1998년께 세계의 연구자들로부터 중성미자라는 소립자에 질량이 있다는 것을 인정받았다. 1980년대 후반에 이 현상(중성미자의 진동)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하면서 이를 밝히는 것이 내 역할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것에 이르기까지 12년 정도 계속 옆길로 빠지지 않고 연구해왔다. 그것이 결과적으로 좋았다고 생각한다.

–지방대학인 사이타마(埼玉)대학 출신으로서 노벨상을 탔다. 고교시절 성적은 어땠나.

▲내가 다닌 고교는 최고는 아니지만, 전통이 있는 학교인데, 처음에는 같은 학년 405명 중 250등 정도였다. 중간보다 조금 아래였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수준의 차이를 인식하지 못했기에 처음에는 점수가 안 좋았다.

–대학 학부땐 어땠는가?

▲옛날 일본의 대학은 비교적 자유로웠고, 선생님이 출석도 부르지 않았다. 멋대로 수업을 빼먹어도 상관없는 자유로운 곳이었다.

–그럼 학부때부터 노벨상을 생각하며 공부했던 것은 아니었는가.

▲전혀 아니다.

–지방대학 출신으로서 대학원 과정부터 최고 명문인 도쿄대에 들어갔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학력 수준의 차이를 느꼈다. 도쿄대학(학부)을 졸업한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차이를 뛰어넘기 위해 어떻게 했는가.

▲나 자신이 전문으로 하는 소립자 관련 물리학의 실험, 관측 관련 공부는 그 나름대로 했다.

–자신의 능력과 노력 외에 노벨상을 타게 된 환경 요인이 있었다면.

▲기본적으로는 엄청난 행운이 따랐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89·도쿄대 특별영예교수) 선생 지도 아래 대학원에 들어갔을 때부터 가미오칸데(고시바 교수가 개발한 중성미자 실험 장치) 실험에 참가했다. 그것이 매우 좋았던 것 같다.

–슈퍼 가미오칸데(가미오칸데의 업그레이드 모델)에서는 100명 이상의 다국적 연구자들이 함께 팀을 이뤄 연구한다고 들었다. 노벨상에는 그런 국제공동연구가 필수적인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국적 또는 배경이 다른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모인 가운데, 여러가지 논의를 거쳐서 더 좋은 성과가 나오는 것 같다.

–가미오칸데 등에서 한국인 연구자는 없었나.

▲지금도 있다. 정확히 모르지만 5∼10명 사이일 것이다. (중성미자에 질량이 있음을 확인해 발표한) 1998년 당시는 한 명이 있었다. 1980년대부터 알고 지낸 매우 좋은 친구인 서울대 김수봉 교수(물리천문학부)다. 매우 진지한 사람이다.

–노벨상을 낳은 연구실 분위기가 궁금하다. 교수와 학생 사이의 관계는 어떤가. 엄격한가, 평등한 편인가.

▲일본은 그다지 평등하지 않다. 연구팀에서 대학원 학생은 자신의 여러가지 주제를 가지고 연구하고, 교수는 그것을 지켜보는 그런 느낌이다.

–노벨상을 낳은 연구실에는 전통적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분위기가 있나.

▲분위기의 계승은 있다. 자신이 제대로 된, 세계적으로 중요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기분은 다들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학교와 학교 사이의 네트워크, 즉 지식의 네트워크는 원활한가.

▲그것은 비교적 잘 되고 있다고 본다. 특히 젊은 학생들이 연구를 하기 위해 가미오카(슈퍼 가미오칸데가 있는 곳)에 자주 오는데, 그러면 여러 학교의 학생이 그곳에서 연구와 그외 많은 것에 대해 다양하게 이야기하게 된다. 내가 몸담고 있는 도쿄대 우주선(線) 연구소는 슈퍼가미오칸데 같은 큰 장치를 만들어 운영하지만 연구는 전국의 연구자와 함께 하는 시스템이다. 학교가 어디 출신이냐에 관계없이 연구를 할 수 있고 또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모두 참가한다.

–기초과학은 왜 중요하다고 생각하나

▲기초 과학이라는 것은 전 세계 사람들이 경쟁도 하지만, 협력하면서 그동안 인류가 몰랐던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기에 인류 전체를 위해서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초과학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원은 충분한가.

▲기초과학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더 지원받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어느 정도는 지원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재정의 한계도 있어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

–기업의 지원은 없나.

▲없다. 거의 다 정부 지원이다.

–한국의 기초과학 육성에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상향식으로 기초과학을 하려는 연구자가 많이 나와서 그런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며 여러 곳에서 기초 과학의 중요성을 호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기초 과학자들이 연구자 층을 어느 정도 두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학자와의 공동 연구를 진행중인 것이 있나.

▲지금 중력파 연구를 하고 있는데 한국 사람 10∼20명과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그들은 매우 진지하다.

–지금은 학업에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지만 본인처럼 학자가 되려는 꿈을 가진 학생들에게 조언을 하자면.

▲’자연이 신기하다’거나, ‘우주는 어떤 것인가’라는 등의 의문을 갖고 있다면 성적은 1등이 아니더라도 좋다. 그런 의문을 풀고 자연 과학을 더 이해하고 싶다는 꿈을 이루는 방향으로 적극적으로 시도하면 좋겠다. 즉 ‘의문’과 ‘꿈’을 가지라는 것이다.

–그 다음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의문과 꿈을 가진 이상은 공부하지 않으면 안된다. 하지만 1등을 할 필요는 없다. 1등이 아니니까 안 된다고 생각하고 포기할 필요는 전혀 없다는 뜻이다. 연구자로서 1등이니 2등이니 하는 것은 없다.

–중성미자를 평생의 연구 테마로 택한 것은 언제쯤인가.

▲박사학위를 받고 반년 정도 지난 때다. 1986년 가을이었다.

–그 이전과 이후가 어떻게 달라졌나.

▲그 이전엔 다른 연구 주제를 다뤘는데, 그에 대해 엄청난 집중을 한 것은 아니었다. 1986년 가을부터는 이것(중성미자)을 연구해야 한다고 스스로 다그쳤다.

–그 시점 전후로 연구시간 등 일상 생활의 변화는 없었나.

▲생활은 바뀌지 않았다.

–그 분야에도 여러 우수한 연구자들이 세계에 있었을 텐데 어떻게 노벨상을 받는 연구자가 됐나.

▲(중성미자에 대해) 세계에서 당시 제대로 연구하던 사람은 아주 조금 밖에 없었다.

–연구자 생활에서 최대 시련은 무엇인가.

▲2001년 슈퍼 가미오칸데에서 사고가 나 광전자 증배관이라는 빛을 받아 들이는 장치가 절반 이상 파손됐다. 당시 리더였던 도쓰카 요지(戶塚洋二, 1942∼2008) 선생이 아주 훌륭했다. 장치를 새롭게 만든다는 결단을 바로 해서 팀이 하나 되어 그 방향으로 갔다.

–일본 기초과확의 연구환경은 어떠한가.

▲갈수록 나빠지는 것 같다. 대학원생이 된 다음 ‘포스닥’으로 연구원이 되는데 그 임기가 종료되면 다른 일을 해야 한다. 잘릴 염려없이 안심하고 연구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특히 내가 해온 연구 같은 것은 단기간에 절대 성과를 낼 수 없는 것이다. 장기간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쪽으로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연구자로서 연구 역량 이외에 필요한 것은 없나.

▲국제 공동연구에는 영어로 의사 소통을 하지 않으면 안 되니까 그것이 중요하다. 한국이 영어에 대해서는 일본보다도 훨씬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의사 소통이 되면 나머지는 과학자여서 대체로 다를 것이 없다.

–일본 기초과학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

▲특별히 걱정은 하지 않는다. 학생 여러분들이 연구자로서 해 나가려는 동기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노벨상 수상이 일본에 어떤 공헌을 했다고 보나.

▲일본의 여러분들이 기초 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참 잘된 것 같다. (취재보조: 이와이 리나 통신원)

  • 연합뉴스 제공
  • 저작권자 2015.10.1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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