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 교육과 정책

[사이언스타임즈] 역발상-안전유리, 물에 뜨는 비누

FERRIMAN 2016. 5. 1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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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유리는 왜 박살나지 않을까?

역발상 과학(11) 실수는 발명의 어머니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격언이 있다. 무엇인가 절실히 필요하거나 불편한 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을 경우, 발명을 통해 이를 해결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필요’ 외에 ‘실수’도 발명의 어머니가 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실수가 발명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 free image

과학기술 분야에서는 실수가 발명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 free image

지금 소개하는 ‘깨져도 튀지 않는 자동차 유리’와 ‘물에 뜨는 아이보리 비누’는 의도치 않았던 실수가 실패로 끝나지 않고, 성공으로 이어진 역발상의 결과물들이다. 실패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결과물을 실패라 여기지 않고, 다시 한 번 고민해봄으로써 세상에 없던 제품을 탄생시킨 사례인 것이다.

고양이가 일으킨 실수가 안전유리 개발로 이어져

19세기에 태어난 프랑스의 과학자, 에두아르 베네딕투스(Edouard Benedictus)는 어느 날 신문을 읽다가 자동차 사고 관련 기사에 시선이 꽂혔다. 부상을 당한 탑승자들 대부분이 충격에 의한 부상보다는, 부서진 유리창에 의해 찔리거나 절단되는 상해를 입는다는 점을 알게 된 것.

베네딕투스는 충돌에도 안전한 유리를 만들면 자동차 사고로 인한 부상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떠올리고는, 그날부터 셀룰로이드를 이용한 안전유리 발명에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연구에 몰두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유리는 쉽사리 개발되지 않았다. 낙심한 베네딕투스가 안전유리 발명을 포기하고, 다른 연구에 관심을 기울이던 무렵 우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한다.

그의 실험실에 고양이 한 마리가 들어와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다가, 급기야 선반 위에 올려져있던 플라스크들을 건드려 떨어뜨리는 사고를 일으키고 만 것이다.

자동차 안전유리는 고양이가 저지른 실수에서 비롯됐다 ⓒ 안전보건공단

자동차 안전유리는 고양이가 저지른 실수에서 비롯됐다 ⓒ 안전보건공단

그런데 난장판이 된 실험실 바닥을 정리하던 그의 눈에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현상이 포착됐다. 모두 박살난 플라스크 중에서 유독 한 플라스크만 깨지지 않고 금만 간 상태로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베네딕투스는 플라스크를 살피다가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그 플라스크에는 오래 전에 담아 둔 셀룰로이드 용액이 말라붙어 있었는데, 이 용액이 마르면서 막을 형성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 막이 유리조각을 붙잡아 플라스크가 깨지지 않았다는 것을 직감한 그는 즉시 안전유리에 대한 연구에 들어갔다. 이후 1909년 깨지지 않는 유리에 대한 특허를 제출한 베네딕투스는 2년 뒤인 1911년, 두 장의 유리 사이에 셀룰로이드 막을 끼워 넣은 사상 최초의 안전유리, ‘트리플렉스(Triplex)’를 출시했다.

고양이가 일으킨 실수가 우연한 발견으로 이어져서 세상에 탄생하게 된 안전유리는, 현재까지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면서 유리 파편으로부터 인류의 안전을 지키는데 지대한 공을 세우고 있다.

직원의 실수가 전화위복이 된 아이보리 비누

자동차 안전유리가 고양이가 만든 실수로 인해 탄생한 발명품이라면, 물에 뜨는 아이보리(Ivory) 비누는 사람이 저지른 실수가 발명품으로 이어진 사례다.

아이보리 비누는 세계 최대의 생활용품 회사인 P&G의 대표 상품으로서, 오늘날의 P&G를 만든 일등공신이다. 이 비누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까닭은 바로 물에 뜨는 성질 때문이다. 당시의 비누는 무게가 무거워서 강이나 호수에서 목욕을 하다가 물에 빠뜨리면 대부분 잃어버렸지만, 물에 뜨는 비누는 그럴 염려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이보리 비누의 이런 특징은 사실 의도하지 않았던 실수에서 비롯됐다. 한 직원이 비누를 만들면서 규정된 시간을 초과하여 기계를 가동하는 바람에 공기층이 많이 들어간 불량 비누가 만들어지게 됐던 것.

공기층이 비누 내부에 형성되어 물에 둥둥 뜨는 비누가 대량으로 만들어지면서 회사가 제법 큰 손실을 입게 되자, 실수를 한 직원은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다.

물에 뜨는 비누인 아이보리 ⓒ P&G

물에 뜨는 비누인 아이보리는 직원의 실수가 히트제품으로 이어진 사례다 ⓒ P&G

하지만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자 당시 P&G의 대표를 맡고 있던 윌리엄 프록터(William Procter)는 그 직원에게 관용을 베풀었고,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자 직원들과 함께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를 열었다.

회의를 하던 중 프록터 대표의 머릿속으로 전광석화 같은 아이디어가 스쳐 지나갔다. 강이나 호수 같은 곳에서 목욕할 때는 가라앉는 비누보다, 오히려 물에 뜨는 비누가 분실되지 않기 때문에 더 좋을 것 같다는 아이디어였다.

이 같은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만들어져 ‘아이보리’라는 이름으로 출시되자,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 나타난다. 재고만이라도 소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품화한 물에 뜨는 비누가 그야말로 대박을 쳤던 것이다.

결국 아이보리 비누로 인하여 회사는 큰 이익을 보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아이보리’는 전 세계인이 애용하는 비누로 사랑받고 있다. 비록 직원의 실수로 불량 비누가 발생했지만, 역발상의 아이디어를 통해 세상에 없던 신개념의 비누가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 김준래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16.05.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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