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

[수원시 평생학습관 웹진] 미국사회의 고령화 정책- 시리즈 1

FERRIMAN 2017. 7. 27. 10:26

미국사회의 고령화, 고령대응정책

2016.11.02 12:18:34 부제목: [기획 연재] 미국의 시니어 정책 ① 필자명: 정건화 필자소개: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사회혁신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행정(지방정부)-대학간 협력을 위한 크게 작은 실험들에 참여하고 있고 최근에는 고령화와 베이비 부머의 은퇴 후 삶과 사회공헌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한반도 경제론』, 『노무현 시대의 좌절』, 『한국사회의 쟁점과 전망』, 『북한의 노동』 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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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1만명 이상이 65세 생일을 맞고 있는 미국, 한국은?

우리나라에도 개봉되었던 <인턴>이라는, 시니어를 소재로 한 미국 영화가 있다. 로버트 드니로가 노년의 모습으로 연기한 벤 휘태커는 70세 나이로 뉴욕 소재 온라인 의류 회사에 입사한다. 30세 젊은 여사장과 직원들은 시니어 인턴십 프로그램으로 채용한 벤을 부담스러워했지만 점차 그의 성실함과 경험을 신뢰하고 의지하게 된다. 영화 속 현실은 미국사회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반적인 노년의 모습일까? 과연 미국의 시니어들은 어떤 삶을 살고 있고 미국의 시니어 정책은 어떤 틀에서 작동하고 또 베이비부머의 고령화와 은퇴에 대응하는 대안은 과연 무엇일까?

미국은 시니어 인구(65세 이상)가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많고 85세 이상 초고령인구는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이다. 미국은 거의 8천만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 세대의 고령화가 시작되어 하루도 빠짐없이 하루 1만명 이상이 날마다 65세 생일을 맞고 있고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20년간 지속될 예정이다. 그 결과 미국의 시니어 인구는 1960년 전체 인구의 9%에서 2060년에는 24% (약 1억명)를 차지하게 된다 (미국 백악관 고령화 회의 보고서, 2015)

이러한 미국의 고령화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보고 있을 상황은 전혀 아니다.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2015년 시니어(65세 이상)인구 비율은 13.1%로 이미 고령사회 (Aged Society)에 진입했고 2060년 고령인구 비중은 40%를 넘어 전 세계에서 시니어 인구 비중 1-2위를 다투는 나라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퇴직 후 생계와 노년의 삶의 문제를 피부로 실감하는 730만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 기준)의 은퇴와 고령화가 본격화되었다. 더욱이 우려되는 것은, 우리사회는 급속하게 진행되는 거대한 인구학적 변화를 맞이할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정부 차원에서의 정책만이 아니라 노년을 맞게 되는 당사자를 포함해서 사회 전반의 인식과 문화의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장수 패러독스’와 해결 방안

고령(화)사회란 말 그대로 고령인구, 즉 노인이 사회의 주된 구성원이 되는 사회로서 인류가 몇 년천의 역사에서 처음으로 맞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보다 먼저 고령화를 겪으며 대응해온 서구의 경험에서 보면, 지금까지 서구사회가 시행해온 많은 제도와 시스템들, 예컨대 노동시장, 연금이나 의료, 도시계획 등은 고령화가 만들어내는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음이 드러났다. 그 결과 이미 사회의 여러 영역에서 '장수 패러독스' 혹은 ' '장수 딜레머'라 불리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축복이어야 할 '호모 헌드레드' 시대가 자칫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불행과 재앙의 시대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 속도를 감당할 수 있는 정치, 경제, 사회 시스템을 갖추기 위한 정책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지만 시장과 국가 영역에서만 해법과 해결의 동력을 기대하는 것은 문제의 심각성과 문제영역의 광범위함에 비추어 보면 부적절하다. 사회문제의 해결을 위한 다양한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현실은 사회문제 해결에서 국가나 시장의 실패가 일상화된 데 따른 것이다. 물론 다양한 제도와 정책을 통해 시니어 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고민할 일차적인 책임과 역할은 국가의 몫으로 법과 제도, 행정인력과 예산을 통해 필요한 물적, 비물적 인프라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의 역할은 한계가 분명하며 기존의 제도와 시스템의 작동원리를 바꾸는 일은 제도 설계자 외 제도 내 이해관계를 지닌 행위자들의 행위양식 변화를 필요로 한다.

새로운 시니어 정책의 핵심은 시니어의 주체화

새로운 시니어 정책의 핵심은 시니어를 정부나 사회, 가족 구성원들에게 단지 돌봄의 대상이 되는 좁은 시야를 넘어서도록 지원해서 사회 전반에서 고령화 즉 나이듦의 긍정성에 대한 인식의 전환, 노년과 세상과의 새로운 관계맺기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것이어야 하며 시니어 자신이 주체가 되어 정부의 정책, 시장과 기업, 시민사회와 함께 협력하는 공동의 프로젝트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미국사회는 이미 1950년대부터 시작되어 10년에 한번 꼴로 정부(백악관)가 주도하고 의회, 각 정부 부처 그리고 대학과 연구기관, 시니어 당사자 및 중간지원 조직, 시민사회의 다양한 비영리기관과 지역사회의 풀뿌리조직, 민간기업 등이 참여해서 일년 이상에 걸친 논의를 거쳐 의제를 설정하고 그 해결에 필요한 제도와 정책의 입안과 시행에 이르게 하는 역사를 갖고 있다. 이 지면을 통해서도 소개할 백악관 고령화 회의(WHCoA: White House Conference on Aging)가 그것이다. 또한 작년에 개최된 2015년 백악관 고령화 회의의 보고서의 결론에서는 정책 패러다임 변화를 강조하며, 시니어가 단지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되고 그들이 끊임없이 한정된 자원을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들의 존재 자체와 그들이 보유한 경험과 시간이 곧 사회의 자산이 되어 고령사회의 문제를 주체적이고 세대통합적으로 풀어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의 초고령인구와 베이비 부머에 대한 정책

미국의 고령화에 대한 국가 및 사회적 차원에서의 대응은 크게 두 가지 영역에 대해서 관심있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대로 85세 이상 초고령인구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8천만명에 달하는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와 고령화에 대한 것이다.

전자와 관련해서는 초고령층의 삶의 질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재가 노인복지 서비스에 대한 물적, 인적 인프라 구축과 지역사회 차원에서의 관심과 지원이다. '현대판 고려장'이라 불리는 노인 요양시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제대로 관리, 감독되지 않는 우리나라 상황에서 반드시 꼼꼼히 살펴보고 배워야 할 내용이 적지 않다. 2015년 시행된 미국 60세 이상 시니어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58%가 최근 20년 이상 현재의 주거지에 거주하고 있고, 응답자의 75%가 현재의 거주지에서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응답한 바 있다.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데 누군가로부터의 도움이 필요해지는 초고령 시니어에게 그동안 자신의 살아온 공간에 머물면서 생활을 할 수 있는가 여부는 이들의 삶의 질에 결정적인 변수이다. 초고령 시니어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는 한편 핵가족화, 가족해체, 단독가구의 증대에 따라 이들에 대한 돌봄은 점점 유료 서비스제공자에 의한 서비스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이러한 장기요양돌봄(long-term services and supports)에 대한 정부의 재정부담은 막대한 수준이 될 수밖에 없다. 바로 그런 현실을 반영해서 2015년 백악관 고령화회의에서 가장 주목을 끈 주제는 돌봄(care-giving)에 대한 것이었다.

미국의 시니어 정책에서 우리가 참고해야 할 점은?

베이비 부머들의 고령화와 은퇴(retirement)와 관련해서 주목되는 것은 미국의 시민사회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다양한 새로운 접근들이다. 특히 베이비 부머들의 은퇴와 고령화를 맞아 그것이 단순히 돌봄이 대상이 되는 노년으로의 진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삶의 장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과 사회를 위해 만족스럽고 긍정적인 삶을 전개하는 기회가 열리도록 지원하는 시민사회 내 비영리 당사자 및 중간지원 조직,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들의 활동들은 관심 있게 살펴볼만 하다.

미국의 사례에서 비록 충분하거나 만족스러운 것이 아니더라도 시민사회의 역할과 당사자의 참여에 관심과 눈길이 머무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이다. 우리사회의 새로운 시니어 정책, 새로운 노년의 탄생을 소망하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더 빨리 고령화의 문제에 직면한 미국의 시니어 관련 정책과 시민사회와의 협력적 대응과 활동, 베이비 부머들 스스로의 주체적인 삶의 패러다임 전환 등을 소개하는 것은 우리사회 시니어 관련 정책의 가치와 목표의 점검과 재설정에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지면을 통해 소개될 내용들을 간략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2회: 미국 시니어의 생활과 의식

3회: 미국의 시니어 관련 주요 제도와 정책

4회: 백악관 고령화 회의(WHCoA)

5회: 미국 시니어 노동시장과 시니어 고용정책

6회: 고령화에 대응한 시민사회의 참여와 대안

7회: 고령화와 사회혁신(social innovation) 사례: 앙코르닷 오알지

8회: 고령화와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

9회: 시리즈 정리 및 시사점: 우리는 미국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