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

[수원시 평생학습관 웹진] 미국의 노인 정책-3

FERRIMAN 2017. 7. 27. 10:38

정책의 핵심과 쟁점

2016.12.14 11:51:56 부제목: [기획 연재] 미국의 시니어 정책 ③ 필자명: 정건화 필자소개: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로 사회혁신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행정(지방정부)-대학 간 협력을 위한 크고 작은 실험들에 참여하고 있고 최근에는 고령화와 베이비 부머의 은퇴 후 삶과 사회공헌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한반도 경제론』, 『노무현 시대의 좌절』, 『한국사회의 쟁점과 전망』, 『북한의 노동』 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8.정건화.jpg

 

지난 글에서 소개한 것처럼 미국은 고령화 문제가 아직 유럽이나 일본에서처럼 첨예한 사회문제가 아니고, 유럽과 같은 복지국가적 전통도 없으며 대표적인 글로벌 신자유주의 사회이다. 그렇지만 노인관련 제도와 정책은 상당히 이른 시기에 마련되었다. 미국의 노인 정책의 핵심을 구성하는 세 가지를 들면 소셜 시큐리티(Social Security), 메디케어(Medicare), 그리고 노인법(Older Americans Act)이다. 이들 세 제도장치는 미국의 시니어들의 노후 소득보장과 보건의료, 그 외 필요한 사회적 보호에 핵심 역할을 한다.

시니어00001.png

[그림 1] 미국 노인정책의 3대 축

소셜 시큐리티

소셜 시큐리티는 모든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여 일정 연령(65세) 이후 매월 일정액을 수령하는 공적연금으로서 우리나라의 국민연금에 해당한다. 이 제도는 노인 및 장애인의 소득보장을 목적으로 1935년도에 제정된 ‘소셜시큐리티법(Social Security Act)’을 통해 시행되고 있다. 참고로 2016년 올해 정년을 채운 나이인 66세가 되어 소셜 시큐리티의 혜택을 받기 시작하는 경우, 35년간 불입해서 최고로 받을 수 있는 소셜 시큐리티 금액은 월 2,639달러이고 은퇴자의 평균 수령액수는 월 1,341달러인데 미국 노년층의 전체 가구소득에서 소셜 시큐리티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략 1/3 정도이다. 소셜시큐리티법은 1932년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프랭클린 루즈벨트 대통령이 소셜 보험(Social Insurance)의 아이디어를 제안한 이후 제도화되어 지금까지 대다수 취업자들의 핵심적인 은퇴플랜으로 기능하고 있다.

시니어00002.png

소셜 시큐리티 법안에 서명하는 루즈벨트 대통령(1935년 8월 14일)

소셜시큐리티법 제정 이후 미국의 노인빈곤 상황은 현저하게 개선되었다. 1966년대 30% 수준으로 어린이, 성인 빈곤층보다 높았던 노인빈곤률은 2014년 10%로 감소하고, 아동이나 성인빈곤률에 비해 상대적으로도 낮아졌다. 2014년 현재 노년층의 약 20%가 소셜 시큐리티로 인해 빈곤선을 벗어날 수 있다는 분석에서 보듯이 소셜 시큐리티에 대한 정부지출이 늘어나는 것과 반비례해서 노인빈곤률은 감소하였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미국 GDP의 8.4%, 연방정부 지출의 37%를 차지할 만큼 대대적인 정부지출이 뒷받침되고 있다(Population Reference Bureau, 2015.12). 이것이 미국의 또 하나의 모습이다.

시니어00003.jpg

소셜 시큐리티 지출과 노인(65세 이상) 빈곤율 추이 비교(1966-2014)

(출처: Population Reference Bureau (2015.12))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메디케어(Medicare)와 메디케이드(Medicaid)는 노인 및 장애인, 빈곤층의 의료보호를 목적으로 1965년 소셜시큐리티법의 개정을 통해 등장했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의 시니어와 장애인 중 일정한 자격을 갖춘 경우 제공되는, 노년층을 위한 건강보험이고 메디케이드는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장적 성격이 강한 의료보호 제도이다.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는 2015년으로 시행 50년을 맞았다. 메디케어 실시 후 건강보험이 없던 노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혜택을 받게 되었으며 메디케이드를 통해 메디케어 수혜에서 제외된 저소득 노년층에게도 의료보호 혜택이 적용됨으로써 미국의 모든 시니어가 혜택을 받게 되었다. 메디케어의 수혜자는 2015년 현재 5,500만 명 정도이고, 메디케이드의 수혜자는 2010년 오바마케어라 불리는 의료보험관련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PPACA)이 시행되면서(2010년 3월) 추가로 600만 명 이상에게 확대되어 7,100만 명에 이른다.

메디케이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 매칭 예산으로 운영되며, 미국의 많은 주에서 전체 예산의 1/3을 차지할 정도로 재정규모가 큰 프로그램이다. 특히 노인들의 주된 수혜자가 되는 돌봄 서비스에 제공되는 지출은 전체 메디케이드 지출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 들어 양로원이나 은퇴자 전용아파트와 같은 노인케어시설보다 자택에서 여생을 보내는 노인들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메디케이드의 혜택 범위를 가정과 지역사회 기반 돌봄 서비스 영역까지 넓힘으로써 그 중요성은 앞으로도 커질 전망이다.(2015 백악관고령회의 보고서)

미국 노인법(Older American Act:OAA)

미국사회는 고령사회에 진입한 1970년대 이후 고령화와 노인보호를 위한 다양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시니어 정책과 프로그램 시행에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 미국 노인법이다. 1965년 존슨 행정부 시절 제정되어 9 차례의 개정을 거친 ‘미국노인법(이하 노인법)’은 소셜 시큐리티와 메디케어, 메디케이드와 함께 시니어 관련 제도와 정책의 기본틀을 제공한다.

법의 입법취지와 목적을 보면, ‘노인에 대해 차별없는, 공정한 고용’, ‘은퇴후 적정소득’과 ‘건강유지’ ‘경제적 수준에 무관하게 육체적, 정신적 건강 유지’ ‘적정한 주거’‘장기 재활치료’ ‘다양한 지역사회 참여와 기여’ ‘독립적이고 품위있는 독립적 생활’ ‘자기결정’과 ‘사회적 보호’ 등 다양하고 세심한 배려와 보호가 제시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이 법을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서비스의 수혜자(60세 이상)는 2014년 기준 약 3백만 명 정도였고 이들 중 여성, 독거노인, 시골지역, 저학력-저소득층, 그리고 인종별로는 흑인이 상대적으로 높은 빈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최근 들어 많은 주목과 관심을 갖는 제도적 지원의 방향은 가정봉사 서비스(home care service)와 관련된 프로그램들이다.

시니어 관련 제도의 지속가능성

미국사회가 노인관련 제도와 정책을 상당히 이른 시기에 마련하였지만 그렇다고 고령화 상황에 대한 대비가 충분한 것은 아니다. 더욱이 미국은 고령인구의 절대규모가 인구대국 중국, 인도와 견줄 만큼 많다. 특히 인구의 1/4에 달하는 7,500만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화와 은퇴가 시작되면서 지난 60년대 이래 지속되어 온 시니어 관련 사회제도들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낳기 시작했다.

아래 그림은 소셜 시큐리티, 메디케어 지출의 GDP 비중 추세를 보여준다. 두 지출을 합한 비중은 1970년 전체 GDP의 4%에서 40년만인 2010년에는 8.4%로 두 배 이상 커졌고 다시 40년 후인 2050년에는 GDP의 12%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니어00004.jpg

소셜 시큐리티, 메디케어 지출의 GDP 비중 추세 (1970-2050)

소셜 시큐리티나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등 시니어관련 핵심제도들은 현재 나타나고 있는 규모와 속도의 고령사회를 염두에 두고 만든 제도가 아니었으며 이러한 제도의 한계는 재정적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분명하게 확인되고 있다. 소셜 시큐리티는 이미 2010년 지출에 비해 세입이 부족한 상황을 경험했으며 2036년이 되면 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제출된 바 있다. 또 미의회예산국(COB)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 연방정부의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를 합친 지출은 전체 GDP의 14%를 넘게 되고 미국사회의 전체 의료비 지출은 GDP의 48%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CBO, 2007).

이러한 상황을 맞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고령화이다. 미국의 노인부양비율(65세 이상 인구 대비 1인당 생산가능인구 비율)은 1900년 13.6명에서 2014년 4.3명으로 줄었고 2060년에는 2.4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경제활동 세대에게 노인부양의 부담이 커지는 것을 의미하며 경제의 활력과 성장에 발목을 잡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로 인한 사회적 문제는 단순히 세대 간의 문제로 한정되지 않고 미국사회 내의 인종문제, 이민문제로 확장될 것임도 분명하다.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유력한 이유가 자신들의 경제적 현실에 불만을 품은 이른바 ‘앵그리 화이트(Angry Whie)' 현상임을 생각하면 그런 예상이 어렵지 않다.

시니어00005.jpg

미국사회의 노인부양비율 추이 및 전망 (1900-2060)

특히 고령화에 따른 돌봄 서비스와 관련된 메디케이드 지출증가는 미국사회 최대의 현안이 될 것이다. 미국은 2010년-2050년 사이 65세 이상 노년인구가 2배 이상으로 늘어날 것인데 특히 돌봄(caregiving) 서비스에 대한 필요와 수요가 가장 큰 초고령층(85세 이상)이 가장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이들의 규모는 2013년 580만 명에서 2050년 1,900만 명으로 늘어나 전체 노년인구의 20%를 차지하게 된다.(American Immigration Council, 2012)

전통적으로 초고령 시니어에 대한 돌봄은 주로 가족 구성원들의 역할이 컸지만 가족의 해체, 단독가구의 증대 등에 따라 시장을 매개로 한 유료 서비스로 대체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참고로 2011년 장기요양 돌봄(long-term services and supports)에 대한 메디케이드 지출은 1,311억 달러였으나 가족이나 친지 등에 의한 서비스를 비용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그 두 배를 훌쩍 넘는 2,34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은 메디케이드 지출의 증가가 재정적으로 과연 지속가능할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미국사회는 아직 이러한 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접근, 대안의 필요성

노인관련 제도와 정책을 상당히 이른 시기인 1960년대 중반 이후부터 마련하고 시행한 미국이지만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미국의 고령사회에 필요한 제도와 정책 인프라는 낡았고 지속불가능성의 우려를 낳고 있다. 인구학적 변동이 초래하는 고령화문제, 예컨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 문제는 결코 예측 불가능한 문제는 아니다. 현재의 출생률과 사망률의 추이를 보면 향후 20년, 50년, 100년 후의 인구구조가 초래할 문제를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인구변동이 초래할 미래의 모습은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영역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미래에 대한 대비에 서툴고 무성의하다. ‘합리적 선택의 경제활동’에 강한 회의적 시선을 보이는 행동경제학의 설명에 따르면, 멀리 있는 사물이 우리 눈에 작게 보이는 것처럼 우리는 천성적으로 미래의 일들을 실재보다 사소한 것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분명 비합리적인 행동이지만 우리는 개인적으로나 집단적으로 그런 비합리적 행동을 얼마든지 반복할 가능성이 있음을 역사적으로 자주 확인한다. 그런 점에서 ‘고령화현상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다’는 말은 ‘다가오는 확실한 미래’에 대해 사회가 ‘비합리적으로 대응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그렇다고 미국 내에서 고령화에 대한 대안모색과 새로운 해법의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닌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소개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