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

[수원시 평생학습관 웹진 와] 미국의 시니어 정책-5

FERRIMAN 2017. 7. 27. 10:47

고용상황과 시니어 노동시장

2017.02.07 13:18:51 부제목: [기획 연재] 미국의 시니어 정책⑤ 필자명: 정건화 필자소개: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로 사회혁신을 통한 지역사회 발전에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시민사회-행정(지방정부)-대학 간 협력을 위한 크고 작은 실험들에 참여하고 있고 최근에는 고령화와 베이비 부머의 은퇴 후 삶과 사회공헌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한반도 경제론』, 『노무현 시대의 좌절』, 『한국사회의 쟁점과 전망』, 『북한의 노동』 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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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의 활발한 경제활동 참가

미국은 은퇴연령을 넘은 시니어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한 사회이다. 65세 이상 노년층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980년대 중반까지는 지속적으로 하락했으나 이후 반전해서 상승하는 U 자형 모습을 보인다(Population Reference Bureau, 2015.12). 이러한 경향을 주도하는 것은 고령화를 맞은 베이비부머 세대(1946-1964년생)이다. 특히 이들의 규모는 1990년대 후반부터 아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시니어들이 적극적으로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것은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비교 자료에서도 잘 확인된다. 미국 시니어의 경제활동 참가비율은 64.5%에 달해서 OECD 평균 55.9%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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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OECD 회원국의 고령자(55-64세) 경제활동 참가율 (단위: %)

출처: 국회입법조사처, 2010.

서베이 전문기관인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정부의 고용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경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2016년 5월 현재 65세 이상 미국 인구의 18.8%인 약 9백만 명이 풀타임 혹은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이는 2000년 당시 전체 인구의 12.8%, 4백만 명 수준이었던 것에 비해 현저하게 늘어난 규모이다. 그때부터 노년층의 취업률이 꾸준히 15년 이상 증가하는 현상은 금융위기를 맞아 미국민들의 평균취업률이 크게 떨어진 후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그림 2).

고령자들이 오랜 기간 노동시장에 남아있는 중요한 이유는 주로 경제적인 이유로서 공적· 사적연금으로 충분히 노년의 생활을 영위할 수 없거나 노후생활을 위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특히 1997년 12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발발한 금융위기와 이어진 경기불황의 여파로 주식, 부동산 등 노년층의 노후자산가치가 하락함으로써 이런 경향이 강화되었다(이재흥, 2010). 2015년에 열린 백악관 고령화 컨퍼런스의 4대 핵심의제 중 하나가 고령자의 은퇴 후 경제적 안정과 금융사기로부터의 보호인 것도 이런 상황을 짐작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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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노년층(65세 이상)의 경제활동 비율(2005.5~2016.5) (단위: %)

출처: Pew Research Center, 2016.6.

은퇴연령의 의미 퇴색과 은퇴 후의 삶에 대한 관심의 증가

그러나 고령층의 활발한 경제활동은 비단 경제적인 요인만으로 설명될 수 없고 고령화를 맞은 베이비붐 세대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 장수센터(Stanford Center on Longevity) 자료(Let’s retire retirement, 2016.10.11.)에 따르면 사람들의 기대 수명이 늘어나면서 은퇴 후에 보내는 평균 기간이 1950년대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으며 특히 베이비부머가 중심이 된 새로운 시니어 층은 은퇴연령이 지나서도 계속 일하기를 원하는 경향을 보인다. 요컨대 시니어들의 경제활동의 의미와 동기가 다양해졌다고 할 수 있고 단계적 은퇴(phased retirement), 절반은퇴, 갭이어(gap year) 등이 점점 친숙한 용어가 되고 있다. 트렌스아메리카 은퇴연구센터(Transamerica Center for Retirement Studies)가 은퇴를 앞둔 장년 베이비부머 층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는 이를 잘 보여준다. 은퇴연령을 넘긴 후에도 계속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중 경제적인 이유, 즉 ‘생계유지나 노후준비를 위한 충분한 저축을 하지 못해서’ 라는 응답이 전체의 34%를 차지하였지만 ‘그만 둘 특별한 이유가 없어 하던 일을 계속하거나’ ‘일하는 것이 보람있고 즐거워서’라고 응답한 경우도 34%를 차지하고 있다(그림 3).

미국에서 갭 이어(gap year)라 함은 고교졸업 후 대학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일을 하거나 여행을 하면서 1년을 보내는 경우를 지칭하는데, 은퇴연령에 달한 노년층에서도 이러한 모색과 자아발견의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 아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일하는 시간을 줄이거나 좀 더 쉽고 만족을 주는 일을 하면서 완전한 은퇴를 준비해가는 단계적 은퇴나 점진적 은퇴에 대한 응답률이 67%에 이른다(그림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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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65세 이후에도 계속 일하고자 하는 이유는? (단위: %)

출처: Transamerica Center for Retirement Studies (20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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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은퇴에 이르는 과정/단계에 대한 의견(단위: %)

출처: Transamerica Center for Retirement Studies (2014.12)

한편 우리사회는 (그림 1)에서 보는 것처럼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가 스웨덴, 일본, 미국 다음으로 높다. 우리나라의 고령자 경제활동 참가율은 OECD 전체 평균보다 높고 미국 다음인 61.8%를 나타내고 있어서 시니어 고용과 관련한 노동시장 상황이 미국과 유사하게 보인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과 우리의 고령층 노동시장 여건은 매우 다르다. 관련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고령층이 우리나라나 일본의 경우처럼 1차 퇴직 이후 2차 노동시장에 장기간 체류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시장으로부터의 ‘완전은퇴’ 혹은 ‘실제은퇴’ 연령이 대략 68~70세라고 할 수 있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우리나라의 경우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55세 전후에 퇴직하고 난 다음 다시 경제적인 이유로 이후 약 13~15년 정도가 경제활동을 위한 노동력(active labor force)으로서 남아 있다(출처: 국회입법조사처, 2010).

앞의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보고서를 다시 인용하면, 미국의 경우 65세 이상 노년층의 고용률이 늘어나는 시기에 파트타임 취업 비중이 줄어들어서 주당 35시간 미만 파트타임 비율은 2000년 5월 46.1%에서 2016년 5월 36.1%로 하락했다. 이러한 사실은 늘어난 노년층 고용이 상당 부분 풀타임 일자리로 채워졌음을 의미한다(Pew Research Center, 2016).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고령친화적인 노동시장 여건으로, 시니어 고용에 협력적인 기업문화나 대중적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앞서 인용한 트랜스아메리카 은퇴연구센터의 조사결과를 보면 고령층의 단계적 은퇴나 은퇴연령 이후 활동에 대한 기업/고용주의 태도가 상당히 긍정적이다. 65세 이상 시니어의 은퇴연기와 계속근무에 대한 태도를 묻는 질문에 고용주와 노동자 양측에서 협조적이라는 응답률이 각각 88%와 73%였고 고용주의 응답에서 긍정적 응답률이 더 높다(그림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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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회사/고용주는 종업원들이 은퇴를 연기하고 65세 이상 근무하는 데 대해

우호적이다‘에 대한 응답률(단위: %)

출처: Transamerica Center for Retirement Studies, Dec.2014

또한 회사 측에서 퇴직 지원프로그램에 대한 지원과 관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응답되었다. <그림 6>에서 보면 유연한 근무 스케줄 시행(62%), 풀타임에서 파트타임으로의 전환이나 단축근무(48%), 스트레스가 적은 업무(37%), 승진, 직업훈련과 멘토링 참여독려(35%), 은퇴 대비 준비 지원(20%), 앙코르 커리어 정보제공(9%) 등이 일정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런 프로그램이 전혀 없는 경우는 23%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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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50세 이상 노동자들에 대한 퇴직 지원 프로그램으로 회사에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을 모두 고르시오 (단위: %)

출처: Transamerica Center for Retirement Studies, Dec.2014

우리사회 시니어 노동시장 상황과 사회보장

우리 사회의 시니어 노동시장 상황은 어떠한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와 고령화가 본격화되었지만 이들에게는 대안없는 퇴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 고령세대가 되더라도 노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비중이 높지만 고령세대의 노동시장은 굳게 닫혀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노동시장에서의 정년연령은 55~57세로 선진국의 평균적인 정년연령인 60~65세와 비교할 때 상당히 낮고 우리의 평균수명이나 노령연금 지급시기와도 크게 괴리가 있다. 게다가 비자발적인 조기 정년퇴직이 만연해 있고 퇴직 후 근무연장이나 재고용의 길은 거의 막혀 있다. 그 결과 조기은퇴 후의 장·노년층은 기초연금 외에는 별다른 소득원이 없고 그나마 주어지는 많은 시니어 일자리는 주로 서비스 분야 저임금 비정규직이다. 2014년 자료를 보면 재취업한 장년층 중 27.7%(55만 3천 명)만이 상용직 일자리를 얻었으며 나머지 72.7%는 임시직이나 일용직, 자영업 일자리였다(고용노동부, 장년고용종합대책, 2014. 9. 22.)

그런 가운데 기초적인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하는 사회보장제도는 미흡하다. 그래서 고령세대의 상당수가 스스로 경제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OECD 국가 중 한국은 고령세대 소득구성에서 연금소득의 구성비가 가장 낮고 근로소득의 구성비가 가장 높은 나라이다(그림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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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65세 이상 고령층의 소득구성(2000년대 말 소득 기준)

출처: OECD(2013). 한겨레(2015. 5. 12.)에서 재인용

(http://www.hani.co.kr/arti/society/rights/690818.html)

그 결과 심각한 노인 파산과 빈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려운 높은 노인자살률이 현재 우리 사회의 맨얼굴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시행한 조사에 따르면 2015년 한국의 노인(70세 이상) 자살률은 나머지 59개국과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높고 OECD 평균 자살률(10만명 당 12.0명)보다 무려 5배(55.5명)이다. 물론 미국도 고령층의 소득구성에서 국가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OECD 국가 중에는 낮은 편에 속한다(그림 7). 그러나 국가연금이나 개인연금 및 금융소득을 합친 비중은 70% 정도여서 우리의 두 배에 가깝다.

미국과 한국, 시니어 노동시장의 구조적 차이

미국과 한국의 고령층 노동시장의 차이를 가져오는 요인은 정년제, 임금체계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는 노동시장의 구조와 작동방식의 차이이다. 그 차이는 노동시장의 구조를 규정하는 관행과 제도의 차이에 기인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은 정년제도가 폐지된 지 오래된 사회이다. 미국에서도 1960~1970년대까지는 정년제도가 광범위하게 운영되었다. 1967년에 제정된 고용차별금지법(Age Discrimination in Employment Act : ADEA)은 65세 정년을 명시하였다. 이후 1978년에는 「고용 상 연령차별금지법」의 일부로 「강제정년법(Mandatory Retirement Act)」 이 제정되었는데 이 법안에서는 연령차별금지 대상연령을 70세로 높였다. 이후 1986년에는 고용차별금지법의 적용대상을 40세 이상으로 하고 연령상한을 폐지함으로써 정년제도 역시 폐지되었다. 미국의 정년제도 폐지에는 인권운동가와 고령자들의 노력이 있었지만, 다른 중요한 배경에는 정부의 사회보장 재정부담 완화가 고려된 점도 있다. 사회보장제도가 미국의 모든 퇴직자들의 노후소득을 지탱할 여력이 줄어들면서 이를 민간에 분산시키고자 한 것도 연령차별금지제도 도입의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한편 미국에서의 정년폐지가 기업과 노동시장에 커다란 부작용을 야기하지 않고 안착할 수 있었던 상황을 이해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몇 가지 예외규정을 두고 있지만 임의고용의 원칙(Employment at will)이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어 노동자와 사용자는 “언제든지(at any time), 사유를 불문하고(at any reason), 사전통지 없이(without prior notice)" 고용계약을 해지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또 노동시장이 직무중심이어서 직무평가에 기초한 채용 및 승진이 이루어져서 우리와 같이 근속년수에 따른 연공급적 노동시장과는 다르다. 임금체계도 이에 기반하므로 직무급으로 시작해서 성과에 따라 임금수준이 결정되어 장기근속과 정년연장이 기업의 임금비용에 커다란 부담을 주지 않는다(김주섭, 2012).

결국 현상적으로 한국과 미국사회는 고령근로자들의 경제활동 참가가 높다는 유사점이 있지만 정년, 해고, 급여 등을 둘러싼 노동시장 제도의 차이가 존재하고, 이로 인한 정부정책이나 기업의 노무관리 방식의 차이도 크다. 이런 차이가 시니어 경제활동 상의 커다란 질적 차이를 낳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령세대의 단계적 은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정년제도, 임금피크제, 연공형 노동시장의 변화 등 정부의 정책, 노사관계, 기업의 인사노무관리 관행에서 ‘거대한 전환’이 필요하다. 결코 쉬운 과제는 아니지만, 우리사회는 이미 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베이비부머의 고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에 시니어 노동시장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해법이 마련되어야 할 긴급한 과제이다.

참고자료

-김주섭, 정년제도의 미국과 영국 사례, 한국노동연구원, 2012

-국회입법조사처, 고령자 일자리 정책의 현황과 개선 방향, 현안보고서 Vol. 65, 2010.

-Pew Research Center, More older Americans are working, and working more, than they used to, June 20, 2016.

-Population Reference Bureau, Population Bulletin Vol.70, No.2 Dec. 2015.

-Transamerica Center for Retirement Studies, Baby Boomer Workers Are Revolutionizing Retirement: Are They and Their Employer Ready?, Dec. 2014.

-WHO, 2014. Preventing suicide: A global imperat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