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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 60년] 자동차산업

FERRIMAN 2008. 8. 14. 09:03
 
  매경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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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업 60년] '포니' 탄생 28년 … 세계향해 쾌속질주

경제부국을 지상목표로 삼아 전 국가적으로 산업화에 올인하던 1970년대.

당시 자동차 독자모델 개발을 야심차게 진행하던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설계부문에서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던 이탈리아 이탈디자인에 국내 최초 자동차 고유모델이 될 '포니' 디자인과 차체 설계를 맡겼다. 그러면서 현대차는 5명의 자사 직원을 이탈 디자인에 연락관으로 파견했다. 명칭은 연락관이었지만 이들의 실제 업무는 전혀 달랐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자동차 모델설계과정과 방법을 알아오라는 것.

자동차 개발설계 개념조차 몰랐던 이들은 이탈디자인에 머무르며 연락관 역할보다는 자동차 모델 개발과정을 어깨 너머로 몰래 보고 배우는 데 집중했다.

토리노 모터쇼에 선보인 `포니`.
그때 어깨 너머로 배운 자동차 설계, 개발 기술이 국내 자동차 설계 개발 기술의 토대가 된 셈이다.

예상은 했지만 포니 개발과정은 쉽지 않았다. 수입차 조립생산에만 길들여져 한 번도 고유모델을 생산해본 적이 없던 터라 이탈디자인에서 프로토 타입으로 만든 차와 완성된 설계도면을 받아와 국내 공장에서 그대로 깎고 다듬어 시제차를 만들었지만 부품들이 이가 안 맞아 조립이 안 되는 등 엉망이었다.

국산 계측기 눈금이 부정확하고 정밀도가 떨어지다보니 오차가 생겼기 때문이다. 결국 계측기들을 전부 수입해 다시 부품을 만들자 제대로 조립이 됐다.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현대차는 지난 76년 1월 국내 최초 고유모델인 포니를 세상에 내놨다. 포니는 국내 자동차산업의 미래를 연 주인공답게 대부분 국내 기술ㆍ기술자에 의해 만들어졌고 국산화율도 90%에 달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자동차산업에 뛰어든 후진국이 자동차 고유모델 개발에 성공한 것은 현대차 포니가 처음이다. 그만큼 포니의 탄생은 한국을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으로 우뚝 세우는 데 밑거름이 됐다. 독자모델인 포니 탄생으로 신진자동차, 새나라자동차 등에서 블루버드, 코로나, 크라운, 코티나 등 외국모델을 국내에서 단순 조립하는 수준에 있던 국내 자동차 기술은 일취월장하게 된다.

세계에서 16번째 자동차 독자 고유모델 생산국이 되면서 수출 제한도 사라졌다. 본격적인 해외시장 진출 기반을 구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1976년 포니 5대가 남미 에콰도르로 수출된 이후 자동차는 단일 품목으로 수출 1위 효자종목이 될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국내 자동차 수출은 76년 1341대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자동차 수출대수는 284만대에 달해 140배 이상 폭증했다.

초기에 국산차가 수출된 지역은 중동, 남미, 아프리카 등의 개도국이었다. 수출 경험도 없고 선진국 시장을

미국으로 첫 수출한 `엑셀`.
노크하기에는 아직 자동차산업 수준이 미흡했고 규제도 까다로워 준비하는 데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수출을 주도한 업체는 현대차였다. 현대차는 국내 경제자립을 위해 설립 당시부터 사업 목적을 자동차 수출산업화에 뒀다.

현대차는 자동차 종주국인 미국에도 86년부터 수출을 시작했다. 울산 부두에서 올리브에이스호에 선적된 현대 엑셀 1050대가 한 달 가까이 태평양을 건너 그해 2월 중순 미국 플로리다주 잭슨빌 항에 도착했다.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가 자동차 본고장 미국에 첫선을 보인 것이다. 현대차는 미국 진출 첫해 16만8000여 대를 팔아 수입차 판매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공동기획 : 삼성경제연구소

[박봉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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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3 15:41:34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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