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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하락하는 국제유가와 신재생 에너지산업

FERRIMAN 2008. 10. 30.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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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50弗 이하땐 채산성 없다" 신재생 에너지사업 '주춤'

◆ 산업계 이번엔 유가하락 쇼크 ◆

태양열 전문업체인 쏠라맥스는 최근 대구시에서 태양열 주택개조사업을 신청했던 주민들이 포기 의사를 밝히자 난감해졌다. 올해 들어 대구시 100가구 태양열 주택보급사업에 140여 가구가 신청했는데 최근 절반 정도가 그만두겠다고 통보해온 것이다.

고수남 쏠라맥스 사장은 "7월까지만 해도 고유가에 난방비를 아끼려는 주택 거주자들의 태양열 시스템 설치 주문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기름값이 떨어지니까 좀 뜸해졌다"면서 "아무래도 절실함이 덜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두바이유가 배럴당 50달러 중반대까지 곤두박질치자 올해 들어 고유가로 들썩였던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찬바람을 맞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고유가로 인해 활발히 논의됐는데 최근의 유가 하락과 극심한 경기침체는 대체에너지 시장에 악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래에서 기름덩어리를 추출해내는 오일샌드 업계는 유가 급락으로 고심에 빠졌다. 2006년 7월 캐나다 앨버타주에 소재한 오일샌드 광구를 100% 매입한 한국석유공사는 유가가 급락하자 개발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고유가로 오일샌드 경제성이 덩달아 상승했지만 유가가 배럴당 40달러 밑으로 떨어지면 사업 진행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오일샌드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유타주 버널시에서 오일샌드 유전을 매입해 생산 중인 한국기술산업은 "서부텍사스중질유(WTI) 가격 기준으로 배럴당 55달러가 한계점이고, 50달러가 되면 사업을 접어야 한다"고 밝혔다.

유타주에서 오일샌드 사업을 하는 에임하이글로벌도 "유가가 100달러를 넘었을 때보다 기대수익이 크게 떨어진다"며 "배럴당 50달러로 떨어지면 오일샌드는 그만두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광풍이 불었던 태양광 시장도 차츰 열기가 식고 있다. 태양광발전 시설을 짓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전망을 따져보면 기업들이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전남 신안에 24㎿급 태양광발전소를 준공한 동양건설산업은 3년 전에 태양광 모듈 구입계약을 맺었기에 망정이지 지금이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다.

조원일 동양건설산업 전무는 "모듈 가격이 와트(W)당 3달러 수준에서 최근엔 4달러50센트로 크게 뛰었다"며 "원재료값은 오르는데 유가는 떨어지고 있어 조금이라도 계산기를 두드려본 기업이라면 태양광에 뛰어들기는 힘들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다른 업계 인사는 "유가 급락 등 대외 유인도 약화되는 데다 정부의 발전차액지원제도 축소 등으로 태양광 사업 의지가 꺾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자는 취지로 도입한 바이오디젤 보급 사업도 궤도에 오르기 전에 좌초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생산공장을 풀가동하면 90만㎘를 생산할 수 있지만 올해 정부가 정한 정유사에 납품하는 물량은 고작 21만㎘에 불과하다"며 "정부도 이젠 바이오디젤을 늘리는 데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디젤은 경유에 혼합한 형태로만 판매할 수 있어 정유사가 칼자루를 쥐고 있다"며 "9월까지 바이오디젤 업체로 21곳이 등록돼 있지만 이 중 한번이라도 납품한 적이 있는 업체는 11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는 유가와 관련 없이 비전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형진 에너지관리공단 신재생에너지 보급실장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만 넘으면 신재생에너지는 경제성이 있다"며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은 산업 자체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호 기자 / 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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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8 04:05:03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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