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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삼성과 산요전기의 인연

FERRIMAN 2008. 11. 4. 10:26

 

  매경 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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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ㆍ산요전기 얄궂은 40년 인연

든든한 조력자 → 끈끈한 동반자 → 새로운 라이벌
69년 이병철ㆍ이우에회장 첫인연…이젠 전지시장 놓고 한판대결

"경영난에 빠진 산요전기가 삼성전자나 중국 전자업체에 인수될까봐 솔직히 두렵다."

올해 초 도쿄 선술집에서 매일경제신문 기자를 만난 일본 전기업체 관계자가 무심코 내뱉은 말이다. 이유를 물었더니 "산요전기가 2차전지나 태양전지 등 분야에서 보유하고 있는 독보적인 기술이 한국이나 중국으로 송두리째 넘어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예상한 대로 산요전기 인수자로 일본 파나소닉(옛 마쓰시타전기)이 나섰다. 오쓰보 후미오 파나소닉 사장은 사노 세이이치로 산요전기 사장과 지난달 여러 차례 만나 산요전기를 파나소닉 자회사로 편입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종합가전업체인 파나소닉과 많은 부문에서 사업이 겹치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전자업체들에는 글로벌 경쟁에서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한때 산요전기와 돈독한 파트너였던 삼성은 '동반자'에서 '라이벌' 관계로 바뀌게 된다.

삼성과 산요전기가 맨 처음 손을 잡은 것은 1969년이다. 69년 1월 설립된 삼성전자는 그해 12월 일본 산요전기ㆍ스미토모상사와 합작으로 '삼성산요전기'를 설립한다. 당시 이병철 삼성 회장이 이우에 산요전기 대표에게 전자산업 진출에 대한 포부를 밝히자 이우에 대표가 흔쾌히 돕겠다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 합작사를 통해 흑백TV를 비롯한 전자제품 제조를 위한 기술이나 자본 측면에서 도움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는 1973년 산요전기 등과 함께 전자부품 제조회사인 '삼성산요파츠'를 설립한다. 그 후 삼성전자는 1977년과 1983년 산요전기 측에서 각각 '삼성산요전기'와 '삼성전자부품' 지분을 모두 넘겨받았다.

'달도 차면 기운다'는 말처럼 1980년대 말부터는 삼성전자와 산요전기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된다. 삼성전자는 독자적인 브랜드를 내걸고 세계 각지에 나가 승승장구한다.

반면 산요전기는 주문자 상표를 붙인 OEM 방식으로 전자제품을 팔거나 아날로그 반도체를 제작하는 업체로 쇠락해 '종합 가전 메이커'라는 명맥이 무색해질 상황에 처했다. 결국 산요전기는 2006년 2월 채권 금융회사에서 공동관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하지만 이번에 파나소닉이 산요전기를 인수하겠다고 나서면서 부활을 기대하게 됐다. 파나소닉이 산요전기를 인수하려는 배경은 간단하다. 산요전기가 2차전지(리튬이온전지)와 태양전지 분야에서 각각 세계 시장점유율 1위와 3위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 리튬이온전지 시장에서 5위에 머물고 있는 파나소닉은 산요전기를 인수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단번에 절대 강자로 떠오르게 된다.

태양전지 분야에까지 손에 넣게 되면서 전지 분야는 파나소닉 핵심 사업군이 될 전망이다. 파나소닉은 수요 증가세가 주춤하고 수익률도 높지 않은 PDP TV 쪽 비중을 줄이고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전지를 주력으로 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파나소닉은 히타치제작소를 제치고 연매출액 11조엔이 넘는 일본 최대 전자ㆍ전기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반면 파나소닉의 산요전기 인수는 국내 전자업계에는 새로운 위협이다. 당장 2차전지를 자사 핵심사업으로 여기는 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김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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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1.03 18:07:18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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