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영과 경제

[중앙일보] 삼성 '40나노 D램' 첫 개발

FERRIMAN 2009. 2. 5. 11:48

기사 입력시간 : 2009-02-05 오전 12:20:37
삼성 ‘40나노 D램’ 첫 개발 … 2년 또 앞섰다
50나노 공정 때보다 생산성 60% 높아져
해외 경쟁사들은 아직 60나노에 머물러
 삼성전자가 회로 폭 40나노 공정으로 D램을 만드는 기술을 처음 개발했다. 2000년 150나노 기술을 내놓은 이후 10년간 8차례 ‘세계 최초’ 기록을 이어 갔다.

이 회사는 40나노 공정의 DDR2 D램 개발에 성공했다고 4일 발표했다. 2006년 9월 50나노 D램을 선보인 지 2년5개월 만에 한 단계 진일보한 제품을 개발한 것이다. 지난달까지 미국 인텔에서 시험한 결과 새 공정으로 만든 칩을 사용한 1기가바이트(GB) 용량의 D램 모듈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인증을 받았다. 3분기에는 동작 속도가 더 빠른 2GB 용량의 DDR3 D램의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독일의 세계 5위 업체 키몬다가 피나는 경쟁을 견디지 못해 지난달 파산신청을 할 정도로 세계 반도체 시장은 어렵다. 이번 발표는 이를 압도적 기술우위로 극복하겠다는 의지다. 삼성전자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지난해 말부터 42나노 공정의 16기가비트(Gb) 제품 생산에 들어간 데 이어 하반기부터 30나노 공정의 32Gb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미세 공정은 그 자체가 경쟁력이다. 메모리반도체는 얇은 원판 모양의 실리콘 웨이퍼 위에 가는 회로를 그려 만든다. 회로 폭이 좁을수록 칩의 크기를 줄일 수 있다. 그만큼 같은 웨이퍼로 많은 칩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김창현 전무는 “40나노 공정으로 D램을 만들면 50나노 때보다 생산량을 60% 가까이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회로가 가늘어진 만큼 작동하는 데 필요한 전압도 1.5V에서 1.2V로 낮아진다. 그만큼 열도 덜 난다. 50나노급 D램보다 30% 이상 소비전력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다.


40나노 공정 개발로 삼성전자는 해외 경쟁사들과 기술격차를 2년까지 벌렸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해 3분기부터 50나노 공정으로 D램을 생산해 왔지만 일본 엘피다는 올 상반기 중에야 같은 급을 생산할 수 있다. 미국 마이크론도 한 단계 뒤진 60나노 공정으로 버티고 있다. 세계 2위 메모리 업체인 하이닉스반도체만 지난해 5월부터 50나노 공정을 운영하고 있다.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은 “조만간 40나노 D램 개발을 마무리하고 3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파워칩·프로모스 등 대만 업체들은 하이닉스와 엘피다 등으로부터 60나노 기술이라도 이전받으려 한다.

한국 업체들이 불황기에 공격적으로 기술개발에 나선 것은 어려울 때 격차를 벌리겠다는 의도다. 서둘러 양산 체제를 갖춰야 시황이 회복될 때 신속하게 가격경쟁력이 높은 제품을 대량 공급,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실제로 반도체 경기 바닥론도 솔솔 나온다. 대만의 반도체 중개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0.6달러까지 떨어졌던 1Gb D램 현물가는 이날 넉 달 만에 1달러 선을 회복했다. 1년6개월 동안 10분의 1로 곤두박질쳤던 D램 가격이 반등한 것이다. 16Gb 낸드플래시 가격도 지난해 말 1.7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최근 3달러 선을 회복했다. 김지수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1위 메모리 업체인 삼성전자까지 대규모 영업손실을 낸 건 전례로 볼 때 시세가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요가 금세 살아나지 않아 급반등은 어렵다는 의견이 우세하지만 어쨌든 한국 업체들에 불리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김창우 기자

◆나노미터(nm)=10억 분의 1m다. 보통 원자 서너 개 크기다. 40nm면 머리카락 굵기의 3000분의 1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