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는 세상 878

[중앙일보] 이어령, 지식인, 지식인의 품격, 인격

우리는 같은 꿈을 꾸고 있는가 중앙일보 입력 2022.03.07 00:41 이어령(1934~2022) 선생은 지난해 “내년 3월에는 내가 세상에 없을 것 같아”라고 예고했다. 3월은 기어이 오고야 말았고, 그는 우리와 함께 있지 않다. 인문학에서부터 자연과학·예술에 이르기까지 지식의 최전선에서 전력투구한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그래서 그의 부재(不在 )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1956년 문단 원로들의 권위의식을 혹독하게 비판한 평론 『우상의 파괴』, 63년 한국적 정서의 심층을 탐구한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60년대 후반 시인 김수영과 벌인 ‘불온시 논쟁’, 전쟁과 빈곤의 나라 한국을 독자적 문화를 가진 문명국으로 각인시킨 88 서울 올림픽 개막식의 굴렁쇠 소년 퍼포먼스, 러시아 형식주의 문..

[중앙일보] 노조, 노동조합, 공정성,

도요타 노조의 공정성 잣대 중앙일보 입력 2022.03.03 00:28 대학교수들이 강의평가에서 학생들로부터 유독 낮은 평가점수를 받는 항목이 ‘성적평가는 공정하였는가’이다. 직장에서도 임금이나 승진 결정에 대해 직원들이 늘 불만을 보인다. 보상에 쓰일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자신이 받는 보상의 몫과 타인의 몫이 비교될 수밖에 없다. 보상을 결정하는 경영층이 아무리 객관적 기준을 적용하더라도 불만이 나오는 이유는 공정에 대한 선호 유형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공정성 값은 이론적으로 자신의 투입(input) 대비 보상(output)의 비율로 산출된다. 자신의 투입은 타인보다 많은데 보상은 상대적으로 작다고 느끼면 불만과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하지만 선호하는 공정성 유형에는 개인차가 존재한다. 남들..

[중앙일보] 인문학, 사회학, 자연과학, 공학, 사회과학, 인문학의 위기

'문송' 넘어 '문망'…인문학 박사 37%, 연봉 2000만원도 못 번다 중앙일보 입력 2022.03.04 05:00 “인문학을 공부한다는 건 ‘희망고문’ 당하는 것과 같아요. 10년 넘게 공부해 박사학위를 따도 100명 중 서너명만 교수가 되고, 기관으로 가는 사람까지 합하면 10명쯤 되죠. 나머지 90명은 어디서 뭘하고 사는지도 몰라요.” 고려대 한국사학과 박사 과정을 수료한 김재원씨는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른 대학에서 철학 박사과정 중인 김모씨도 “대학원을 입학했을 때 선배들에게 느꼈던 감정은 ‘무기력함’이었다”며 “‘이 공부를 해봤자 어차피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자조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말했다. 인문학이 사라지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 '문송합니다(문과라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중앙일보] 도인, 점쟁이, 무당, 점장이, 철학관

도인 중앙일보 입력 2022.02.17 00:30 요즘 우리나라에 갑자기 도인 열풍이 불었다. 도인·법사 등 만화책에서나 볼 법한 인물들이 느닷없이 정치판에 얼굴을 들이밀고 있다. 긴 수염을 기르고 산속에서 구름을 타고 다닐 줄 알았던 사람들이 권력층 근처에 어슬렁거리는 것을 보면서 세간의 여론이 분분하다. 그래서 가톨릭 사제 입장에서 도인론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한다. 가톨릭 신부가 어떻게 도인을 아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가톨릭교회에는 아주 오래전부터 도인처럼 사는 분들이 많았다. 세상을 멀리하고 사막 같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악한 영들과 평생 사투를 벌인 분들의 이야기는 가톨릭교회사에 오래전부터 기록되어 왔다. 이분들의 여러 가지 특질을 통해 참 도인과 가짜 도인을 식별해 보겠다. 참 도..

[중앙일보] 김종영, 서울대 미대교수, 조각가, 외가 집안분,

조각가 김종영, 울긋불긋 ‘꽃대궐’서 미나리 생선탕 즐겨 중앙선데이 입력 2022.01.15 00:21 예술가의 한끼 사진가 임응식이 촬영한 1969년의 김종영. [사진 임응식사진아카이브] 창원은 큰 도시다. 경남도청의 소재지로 수많은 공단이 들어서 있다. 그러나 개발 이전의 창원 읍내는 한적한 시골이었다. 조각가 김종영(1915~1982)은 창원 읍내 소답동에서 태어났다. 읍내의 북쪽에는 향교가, 서쪽에는 창원보통학교가, 남쪽에는 시장이 있었다. 김종영의 집은 읍내의 동쪽에 있었다. 창원 일대의 넓은 들판을 거느린 김해 김씨의 대궐 같은 집이었다. 향교와 김종영의 집 사이에는 큰 미나리꽝이 있었다. 창원 읍내 사람들은 이 미나리꽝에서 나오는 제철 미나리를 즐겨 먹었다. 생으로 먹거나 쪄서 무침을 만들었..

[중앙일보] 멘토링 자료, 미성숙한 생각, 인간의 모순

덜떨어진 생각들 중앙일보 입력 2022.01.20 00:30 사람은 생각하는 존재로서 늘 생각을 하며 살아간다. 문제는 그 생각의 내용이다. 생각은 성숙한 생각과 미성숙한 생각으로 나뉜다. 우리는 성숙한 생각을 지혜라고 부른다. 이런 생각은 복을 불러오고 사회를 번성케 한다. 반면 미성숙한 생각은 파국을 불러오고 수많은 사람을 잘못된 길로 이끌 수도 있다. 흔히 하는 미성숙한 생각 첫 번째,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 한다?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말인데 이는 망언이다. 가난에 대해 혐오 발언을 하는 사람들은 종종 있었다. 가난은 팔자다, 게으른 자들의 운명이다, 심지어 최근에는 가난한 자들은 자유도 모른다는 극언까지 나왔다. 이렇게 가난한 사람들을 혐오하고 가난에 대해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

[중앙일보] 국민연금, 고령화, 노령화,

“국민연금 지금 개혁 안하면, 90년생부터 못 받을 수도” 기사입력 2022-01-14 00:02 최종수정 2022-01-14 01:55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발간한 ‘한눈에 보는 연금(Pensioins at a Glance)’ 보고서 2021년판에 따르면 2060년 한국의 생산가능인구는 2020년 대비 43.3% 감소할 전망이다. 생산활동을 하면서 전체 국민을 먹여살릴 20~64세 인구가 극심한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해 40년 후면 거의 반 토막이 난다는 의미다.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감소 폭이 가장 컸다. OECD 평균(-9.6%)과 비교해 격차가 심했다. 중국(-26.6%), 러시아(-22.6%) 등 비회원국을 통틀어 봐도 생산가능인구 감소 속도에서 한국은 압..

[전자신문] 모니터, 디스플레이, 스크린,

[스페셜리포트]라이프스타일 스크린 시대 온다 발행일 : 2022.01.18 14:00 포터블-인테리어 스크린 등 시공간 넘고 틈새시장 뚫어 LG 스탠바이미, 28형 터치식 삼성 더 프리스타일, 180도 회전 라이프스타일 스크린이 전통적인 TV 틀을 허문다. 코로나19 유행이 몰고 온 '집콕' 환경이 다양한 시청경험을 요구하는 시장 수요로 이어지며 새로운 개념의 '스크린'을 탄생시켰다. 글로벌 TV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우리 기업은 포터블 스크린, 인테리어 스크린 등을 출시하며 민첩하게 수요에 대응,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과거 틈새수요로 치부했던 라이프스타일 스크린은 개인 취향을 존중하는 소비층이 늘면서 트렌드를 넘어 산업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TV의 개념이 바뀌다 시청률전문기업..

[중앙일보] 지성인, 지식인, 비판, 비난, 분노, 이념,

[선데이 칼럼] 고개 들어 하늘을 보자 입력 2022-01-08 00:30:02 지난 세모에 ‘돈 룩 업(Don’t look up)’이라는 영화를 봤다. 천문학을 전공하는 대학원생이 우연히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혜성을 관측한다. 학생은 지도교수에게 보고하고, 두 사람은 혜성이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는 크기라는 것과 그것이 지구와 충돌한 운명의 날짜가 6개월여밖에 안 남은 사실을 계산해낸다. 두 사람은 TV 토크쇼에도 출연하고 백악관도 방문해 닥칠 재앙을 경고하지만, 오히려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심지어 그들의 학교가 명문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되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혜성을 파괴할 골든타임을 놓치게 되며, 이윽고 혜성이 육안으로도 볼 수 있는 거리에 모습을 드러낸다. ■ 「 명백함도 부인하는 확증편..

[중앙일보] 이태석 신부, 희생, 봉사, 가톨릭

[박정호의 시선] 이태석 신부의 성탄절 입력 2021-12-20 00:29:00 수정 2021-12-20 15:43:00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성탄 미사를 올리고 있는 이태석 신부. 사진 왼쪽에 구유에 누운 아기 예수가 보인다. [사진 한국살레시오회] 2004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한 편지가 서울에 도착했다.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이태석 신부가 띄운 편지다. ‘가난의 땅’ 톤즈에서 의료봉사를 하다 그해 여름 3년 만에 고국을 찾은 그는 방한 중 크고 작은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간호사·선생님·가정주부·해물탕집 아주머니·학생 등등, 1%의 나눔으로 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든 사람들에게다. 이 신부는 그들을 ‘특별한 계산법’으로 사는 사람들이라 불렀다. 그들이 나눠준 1% 때문에 ..